운제산 산여계곡 청노루귀
포항 운제산 산여계곡 청노루귀
청노루귀를 찾아 갑니다,
귀한 야생화를 만날려면 장거리 출사도 불사합니다.
그래도 남포항까지 고도를 달릴 수 있어서
두 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무리한 운행, 체력 고갈로 두시간 이내에
200킬로를 넘지 않아야 출사 하기로 했던 나만의 약속입니다.

십 수년전에 사진동우회 회원님들과 정기 출사했던 곳인데
십여 년 만에 찾아왔으니 위치도 정확하게 기억한 것은 아닙니다.
오어재에서 산여리 산여계곡 쪽으로 가다 보면
어렵게 찾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산 기슭에 벌써 많은 진사님들이 진을 치고 있네요.
그들이 있는 곳이 바로 포인트입니다.

꾸무리한 날씨에 꽃샘추위 때문인지
한낮이 되어도 꽃잎을 활짝 열지를 않습니다.

마음에 드는 모델 앞에 엎드려 일어날 줄 모르는 진사님들.
그 모습을 보며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일은
참으로 지루했지만 예쁜 청노루귀를 대면하는 순간
모든 걸 잊고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려다 보고 촬영할려니 얼굴에 피가 거꾸로 쏠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릅니다. 다 쉬운것이 하나도 없네요.

그 당시만 해도 야생화를 촬영해 올리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서식지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계곡의 청노루귀
역시 해마다 개체수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질수록 작은 야생화들은
그만큼 더 큰 부담을 안게 되니까요.
그러나 야생화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멋진 사진을 찍을 수는 정녕 없는 걸까요?
안타깝고 안타까운 하루였습니다.

꽃이 활짝 피여 날적에 뷰바인더로 보면
수술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볼 수도 있습니다.

노루귀는 생존 전략의 하나로 흰색, 분홍색, 보라색, 청색까지
스스로 색을 바꾸며 피어나는 요술 같은 꽃입니다.
꽃은 누구보다 먼저 피고, 누구보다 먼저 집니다.
그리고 온도가 25℃를 넘고 숲이 짙어지기 시작하면
노루귀는 조용히 여름잠에 드는 ‘하고현상(夏枯現象)’을 맞이합니다.
봄에 서둘러 꽃을 피우고 자손을 남긴 뒤에는
여름의 자리를 다른 친구들에게 양보합니다.
서로를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
그것이 야생화들이 지닌 지혜이자 숲이 오래도록 아름다운 이유입니다.

꽃도 영계(靈界)하고 노털(老齡)하고,
나이에 따라 색깔이 조금씩 다르게 피어납니다.
결론은… 이 아이는 조금 늦게 찾아온 친구라는 것.
노루귀의 꽃말은 ‘믿음’, ‘인내’.
봄의 문턱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모습
그대로 참 잘 어울리는 말입니다.

겨우내 차가운 흙 속에서 묵묵히 견디고,
꽃샘추위에도 흔들리지 않는 노루귀의 인내심.
이런 인내가 가능한 이유는
언젠가 멋진 꽃을 피워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겨울을 견디고 새봄을 맞이하면
이 작은 꽃은 마침내 이렇게 화려한 모습으로 피어납니다.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보답을 몸으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내일은 또 어디로 가야하나!
색다른 노루귀를 또 만날 수 있을지
기약은 하지 못합니다.
갈길도 멀고 이만 촬영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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