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자: 청여(淸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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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날 : 2021년 2월 12일 

출사지 : 경남 거제시 하청면 앵산

 

매년 만나는 변산바람꽃이지만 유난히 반가운 건 올 겨울이 유난히도 길고 춥고 지루했던 까닭인가 봅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코끝의 시림이 가시더니 향긋한 꽃내음이 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하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거제 앵산에 복수초가 피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설 차례를 모시고 바로 복수초를 만날려고 달렸습니다.

 

포인트에 도착하여 온 계곡을 다 뒤져봐도 복수초는 커녕 그림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 그렇지 지난번에도 혹시나 하고 다녀갔는데 그새 피었을 리가 없지.... 그때도 서릿발이 온 땅을 덮고 있었는데
지가 무슨 기개로 피었을까 ? 

 

 

 

 

 

 

임도 아래쪽을 보니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있어 살짝 내려가 보니 아니 그기엔 생각지도 않은 변산바람꽃이 

무리 지어 앙증맞게 피어있습니다. 살금살금 다가가 인사를 나누니 큰절을 하라신다.
어쩌시겠나 하라면 하는 수밖에.... 몸을 이리저리 뒤집고 뒹굴며 찰칵찰칵 박아 왔습니다.

 

 

 

 

 

 

이곳 변산바람꽃은 동산계곡 꽃보다 깔끔하고 아름답네요. 지역마다 토질이 다르고 부유물질도 다르니
지역마다 조금씩 특색이 있는 모양입니다.

 

 

 

 

 

 

나이먹어 히덕 퍼진 꽃보다 영계같은 이때가 제일 앙증맞고 색깔도 선명하고 이쁜 시기입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꽃잎 색상이 연보랏빛이 나는 지역도 있긴 한데 이곳에는 연녹색이 살큼 비치는 것이 아름답네요. 
2004~5년 부안 내변산 청림마을 군락지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보면 꽃잎 뒷면에 연분홍보라빛이 살짝 비친것이 

아름답기 그지 없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핀지가 한 이틀 정도된듯 다섯날개 활짝 펼쳤습니다.
바람꽃은 속에 있는 보라빛 수술들이 모두 다 빵빵 터질때까지 꽃잎이 시들지 아니하고 피어 있다가 수정이 끝나면
꽃잎(꽃받침)을 떨구고 생을 마감합니다. 결국 꽃이 핀 시간이 길다는 예기입니다.

 

 

 

 

 

 

복수초 만나려 갔다가 꼬락서니도 못 보고 변산바람꽃과 한 동안 놀다 왔습니다.

이제 복수초는 3월 초나 되어야 피는 늦둥이를 기대해봐야겠습니다.

 

 

 

 

 

 

※ 변산바람꽃 이야기


흔히들 꽃 피는 춘삼월이라 말한다. 삼월이 되면 낮은 산 매화꽃 소식을 시작으로 산수유, 생강나무가 성급하게 봄을 데리고 온다. 숲이 초록으로 우거져 어두워지면 중매쟁이 벌 나비가 행여 찾지 못하여 짝도 맺지 못하고 또 한 해를 기다려야 할까봐 서둘러 봄을 재촉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개나리 진달래 벚꽃 소식을 전하며 여기저기 봄 잔치를 벌인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빨리 따사로운 봄빛의 축복아래 이미 짝을 맺고 봄바람과 함께 흐뭇해하는 녀석들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변산바람꽃은 적어도 필자가 아는 꽃 중 가장 먼저 봄빛을 가로채고 벌 나비를 유인하는 발 빠른 봄꽃이다. 아직 꽃샘추위 얘기도 나오기 전, 겨울의 마지막이라 하는 2월 중순이면 눈부시게 흰 빛깔의 꽃을 피우며 봄바람을 즐긴다. 변산바람꽃이 한국특산종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3년 전북대학교 선병윤(宣炳崙)교수가 변산반도에서 채집해 발표하면서부터이니 그리 오래 전도 아니다. 학명도 발견지인 변산과 그의 이름이 그대로 채택되어 “에란시스 변산엔시스 병윤 선(Eranthis byunsanensis B.Y. Sun)” 으로 표기하고 있다. 변산바람꽃 학명의 의미에는 봄꽃이라는 뜻의 Eranthis와 발견된 지명인 변산(byunsanensis), 그리고 처음 발견한 사람의 이름(B.Y. Sun) 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변산에만 변산바람꽃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제주도 거문오름을 비롯한 한라산 일대와 수리산, 설악산 그리고 울산, 돌산 등지에서 자생하고 있으며, 특히 경기도 안산시 풍도에는 발에 밟힐까 염려하며 걸어야할 정도의 넓은 군락지가 알려지고 있다. 내변산에도 가마소, 와룡소계곡과 운호계곡 등에 자생한다.
필자가 야생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바로 변산바람꽃에 기인한다. 노루귀를 보고싶어 안달이던 2005년 내소사 경내 뒷산을 찾은 적이 있었다. 그 곳에서 우연히 만난 야생화사진작가들이 나누는 말을 엿듣고 졸래졸래 따라가 보게 된 청림마을의 변산바람꽃 군락이 처음이었다.
봄바람이라기엔 아직은 찬 2월 양지 빛을 받으며 눈부시게 개화한 그들을 보고 탄성이 절로 나오며 새삼 자연의 신비를 느꼈다. 바로 전 가을의 참나무 낙엽을 이불삼아 북서풍과 폭설을 고스란히 견뎌내고 하늘하늘 돌 틈새로 올라온 흰 꽃무리들은 사진작가들 뿐 아니라 나까지 땅바닥에 저절로 엎드려 조아리게 만들었다.

 

 

 

 

 

 

변산바람꽃의 키는 고작해야 10cm 남짓, 꽃 크기는 10원 동전만하다. 햇볕이 잘 드는 부엽토가 낙엽에 잘 보존된 지역에 덩이뿌리를 감추고 있다가 부안지방을 기준으로 2월 중순경 개화를 한다. 키가 작아 봄빛을 먼저 차지해야겠기에 잔설이 아직 남은 2월을 손 없는 달(?)로 택한 그들의 생존 전략은 놀라움 그 자체이다. 먼저 줄기와 우리가 꽃잎이라 착각하고 있는 5-6장의 흰색 꽃받침이 나오고, 그 꽃받침 안에 사진속의 초록색 깔대기 모양의 꽃잎(4-10장)이 주변의 흰 수술과 함께 솟아오른다. 빛에 매우 민감하여 한 낮에 개화하는 꿩의바람꽃과는 달리 개화시간이 길어 석양까지도 한들거리는 꽃을 볼 수 있다. 혹시 혹하는 마음에 캐다가 집안 뜰에 키워보겠다 흑심을 품는 사람이 있다면 애써 말리고 싶다. 꽃말이 “순결”이어서도 아니다. 일반인들은 키우기도 어려울 뿐 더러 깊은 뿌리에 한들거리는 줄기는 보고만 있어도 가냘픈 때 묻지 않은 맑은 소녀의 모습이어서 그 곳에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다.


자료출처 :  이한윤(부안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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